서양 윤리학에서의 도덕 교육을 이해하려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도덕적 무지와 혼란에 빠진 당대의 사회 상황에서 선과 진리에 대한 참된 지식과 인간이 갖추어야할 덕의 본질, 그리고 그것의 획득 방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열망하고 욕구한다는 사실 그 자체와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가치 사이에는 분명한 구별이 있어야 함ㅇ르 강조하였다. 예컨대,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고통을 수반하는 치료가 필요할 경우 그 환자는 이를 바라지 않겠지만, 그의 욕구나 바람에 관계없이 고통을 가져다주더라도 상처를 치료하는 일은 바람직한 것이다. 따라서 참된 선과 가치는 인간의 감각적 경험이나 욕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선과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숙고를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이성적 숙고에 의해 그의 진정한 선과 가치를 아는 참된 지식이며, 인간이 이를 획득할 때 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볼 때 덕은 지식이다.
문제는 그러한 덕을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메논이 소크라테스에게 달려와 덕은 가르침으로 얻을 수 있는지 아니면 그 밖의 어떤 다른 방법으로 얻는 것인지 물었을 때, 그의 대답과 논변과 태도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의 입장은 덕이선에 관한 참으로 깨달아 아는 지식을 말하는 한, 그것은 바로 그러한 참다운 깨달음을 얻을 때 가르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메논에게 문답 형태의 산파법이나 회상법으로 기하학의 원리를 터득하게 함으로써 깨달음의 과정을 직접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관점의 연속선상에서 플라톤은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초감각적 실재에 대한 이성적 숙고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마땅한 선과 가치는 감각과 경험이 아닌 순수한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 탐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감각과 경험을 통해 어떤 사과를 지각하여 그것이 둥글고 빨갛다고 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때, 이때 그것이 진정 둥글고 붉은 사과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는 다소 울퉁불퉁하고 연두색이나 노란색이 섞여 있음에도 그 사과를 둥글고 빨간 사과라고 인식하여 적당히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온전한 둥긂과 참된 붉음은 감각적 경험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그러한 경험과 감각으로부터 초월하여 이성의 작용과 지성적 추론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도 반성적 비판적으로 숙고할 때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플라톤에게 실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그러한 경험적 감각으로부터 독립해 있는 인간 이성이 그것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작동할 때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플라톤은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초감각적 실재에 대한 이성적 숙고로만 진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플라톤이 형상론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람이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와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는 것은 바로 무지에 대한 깨달음과 달련된높은 수준의 지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덕을 이루는 지식은 특별한 종류의 고상한 지식이며, 덕은 바로 이러한 이성의 수련과 실천으로 선에 대한 참된 지식이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론에서 이성의 단련과 높은 수준의 지혜를 통해 참된 지식을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덕을 구유하게 되는 도덕 교육론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도덕적 덕을 거부하는 것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불행에 따지는 길이요, 따라서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자기실현, 자유의 성취는 자기 통제와 건전한 삶,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을 포함하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와 같은 덕성을 지닌 삶의 맥락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무분별하고 절제되지 않은 욕구나 열망의 추구 또는 검토되지 않은 인습이나 일반 사람들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함으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할 만한 선과 진정한 이익이 되는 것인지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 숙고를 통해 참지식으로서의 도덕적 덕을 습득함으로써 획득하는 것이다.
결국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도덕 교육은 도덕적 이성을 기르고 비판적 지성과 바른 판단력을 갖추게 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선과 참된 가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지니고, 바람직한 도덕적 덕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본질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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