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분석 수업 모형 알아보기

 인간의 삶과 지적 활동에 있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고와 판단은 개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개념은 사물이나 사건, 현상, 대상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이나 특징에 따라 이를 분류하거나 범주화하여 나타낸 추상적인 단어나 어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개념은 사실적 정보와 지식의 획득은 물론 비교, 분류, 종합, 평가와 같은 고등 사고 기능과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추론과 판단,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그리고 가치관과 태도의 형성에 있어 핵심적 요소의 기능를 수행한다. 따라서 개념 없는 사고는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 개념은 사고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며 동시에 사고를 성립한다. 그러므로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며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은 도덕적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정의라는 가치 규범과 관련하여 그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정의란 우월한 함이 있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 사이에는, 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결 방안 그리고 그 결과 산출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도덕과 교육에서 개념 분석 수업 모형이 필요한 이유이다.
 여기서 개념 분석 모형은 윌슨이 개발한 것으로, 이러한 도덕적 측면에서의 개념 분석 교육의 원형은 소크라테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도덕적 진리를 탐구하는 논쟁이나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덕, 용기, 정의 등과 같은 도덕적 개념들의 참다운 의미를 분석하면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느 답을 아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같이 탐구하는사람으로서,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숙고하게 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적 개념과 원리를 알고 올바른 추론과 판단을 하도록 이끌었다. 소크라테스의 이러한 모습은 도덕과에서의 개념 분석 수업 모형을 운영하는 바람직한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먼저, 개념적 문제와 규범적 문제를 분명히 구분하면서 분석될 가치 개념을 확인한다. 무엇을 해야 마땅한가 하는 규범적인 문제와 무엇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밝히는 개념적 문제를 구분하여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정을 위해 절약을 접어 두어야 하느냐는 규범적 문제 이전에, 도대체 우정과 절약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냐는 개념적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도덕적 가치 개념을 탐구하는 시간에 국어사전을 갖다 놓고 낱말 뜻을 풀이하는 것은 못 할 일은 아니지만 그리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그러한 방식은 개념의 언어적 의미를 단순하게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개념의 도덕적 의미를 깊이 이해시키고 그 이해 과정에서 개념에 담겨 있는 가치와 규범적 함의를 지각하고 내면에 깊이 자리하게 하는 데에는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권장할 만한 방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그 개념과 관련된 전형적인 사례와 반대되는 사례를 찾아보는 일이다. 이는 어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에 해당하거나 해당하지 않는 속성, 특징, 본보기 등을 찾아내어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개념의 의미와 속성 및 특징을 구성해 낼 수 있게 된다.
 그 개념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그리고 반대되는 행동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면서 의미를 형성한 후, 그 경계에 해당하는 경우들을 검토하면서 개념의 의미를 보다 명료화한다. 예를 들어, 절약이라고 하면 어디까지가 절약이며 어디서부터 인색 또는 낭비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도덕 개념을 더욱 넓은 범위에서 논리적, 경험적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확대 분석하면서 그 수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된 도덕 개념의 의미를 보다 명료화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절약과 관련된 개념으로서 절제, 검소 등은 어떻게 관련되고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가상적인 사태를 검토하는 것은 그 도덕 개념의 실제적 적용을 생각하면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하고 또 내면화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이것을 통해,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은 일까지 가상하여 개념의 의미를 점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 홍수가 나서 수해를 입은 이웃이 있을 때 내가 그리 넉넉하게 살지 못한다고 해서 식량과 옷가지 등으로 그 이웃을 돕지 않고 아껴 두는 것이 진정 절약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된 도덕 개념의 의미를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비추어 그것이 수용할 만한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이다. 설사 수업 과정에서 분석을 통해 개념의 의미에 합의를 보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상의 언어생활과 동떨어지거나 의사소통에 장애를 주는 정도라면 일단 그 수용 여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다 타당하고 적절한 개념 이해를 도모하도록 한다.